호구가 허구헌날 호구호구를 외쳐도, 팬들이 웨이버가 진 히로인이라 외쳐도,
라이더가 이웃집 아저씨같은 푸근함을 지녀도, 아이리가 애 딸린 유부녀지만 모에하다고 해도,
...페제의 주인공은 키리츠구였다는걸 잊고 있었습니다. (...)
1. 랜서나 다른 애들은 파박하고 압축하고 스토리 땡쳤으면서, 키리츠구 이야기는 2화에 나와서 되게 상세하게 보여줬는데,
사실 보여준건 키리츠구가 어떻게 개객기가 됐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 거라서 시청자들은 2주 동안 좀 답답하기도 했을 듯.
애시당초 키리츠구가 그리 외치던 정의조차도 되게 간단하게 깨지는 판국에
지난 주에 아버지를, 이번 주에 정신적인 어머니를 제 손으로 보냈으니 이건 뭐. (...)
2. 어느 의미 키리츠구는 처음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한다.'라는 신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죽인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 내지는 자위에서 시작한 느낌이 있습니다.
나탈리아 옆에서 사냥꾼으로 성장하면서 깨달은 것으로, 자기가 아버지를 죽인 일 같은건 비극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신비의 유출을 막기위한 처리에 불과하다는걸 알아버린 겁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사소한 일이라는 거죠.
아버지를 죽인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결단한 것이, 마술사 살인인겁니다.
'세상의 모든 마술사들을 다 처리한 다음이야 말로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 일도 의미를 가진다.'
언제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한다.'라는 신념을 가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키리츠구가 개객기가 된 행위의 근본은 저런 변명같은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3. 우로부치가 나탈리아 카민스키를 죽인 것은 좀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물론 목표를 조용히 처분하고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지만
명색이 작중에서 백전연마의 사냥꾼이 만에 하나를 대비해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지 않았다라는건 좀...-_
화물검사로 들킬 우려도 있다고는 하지만 마술 냅뒀다 어따 쓰나요. 적어도 뛰어내려서 착수할 때에 충격을 줄이는 마술 같은건 있을텐데. (...)
참고로 왜 바다에 불시착으로 착륙해서 탈출하지 않았나, 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진짜 숙련된 조종사들이나 할 수 있는거지, 적당히 경험치가 있는 나탈리아가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그 비행기가 공항까지 날아가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휘말리기 전에'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되버렸는데
...솔직히 좀 어거지로 보여서 미묘.
뭐 여하간에 정신적으로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나탈리아를 제 손으로 보내면서,
자신이 인류 최후의 잔혹함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키리츠구의 소년기가 끝납니다.
4. 키리츠구의 정의는 아버지와 나탈리아를 제 손으로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제 손으로 보냈기에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키리츠구에 있어 정의라는 것의 대가인 셈이며, 그렇기에 멈출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멈춰버리면 추구해왔던 것도, 자기 손으로 처리해버린 아버지와 나탈리아도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니까요.
역시 키리츠구의 바탕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한다.'라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정의의 대가로 치른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겠다.'라는 쪽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5. 일본에서 어머니의 날이 바로 오늘인데, 이런 날에 패륜짓 하는 애니를 내보낸 유포터블과 방송국의 배짱에 놀람. (...)
덧붙여 오늘까지의 키리츠구는 그래도 나름 10대인데, 리키야가 너무 뽀대잡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라서 되게 어색...
다음화는 아이리 운지의 시작.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페제를 볼 이유가 줄어든다. 흐흐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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